차트에 지표를 하나만 얹으라면 많은 분들이 RSI를 고릅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배웁니다.
"RSI 30 아래는 과매도. 싸다는 뜻이니 사자."
이 한 줄이 하락장에서 계좌를 오래 아프게 만듭니다. RSI가 실제로 무엇을 재는 숫자인지 보면, 왜 그런지 바로 보입니다.
RSI가 뭔가 — 한 문장
RSI(상대강도지수, Relative Strength Index)는 J. 웰스 와일더가 1978년 저서 『New Concepts in Technical Trading Systems』에서 제시한 지표입니다. 계산은 이렇습니다.
RSI = 100 − 100 ÷ (1 + RS), 여기서 RS = 일정 기간의 평균 상승폭 ÷ 평균 하락폭
기본 기간은 와일더가 제안한 14입니다. 식을 말로 풀면 이렇게 됩니다.
"최근 14일 동안, 오른 날의 힘과 내린 날의 힘 중 오른 쪽이 몇 퍼센트를 차지했나."
여기서 이미 중요한 게 하나 드러납니다. RSI에는 가격이 비싼지 싼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재무제표도, 적정가도, 거래량도 안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건 최근 며칠간의 등락폭뿐입니다.
그래서 RSI가 낮다는 건 무슨 뜻인가
RSI가 30 아래라는 건 "싸다"가 아니라 "최근 14일 동안 내리는 힘이 일방적으로 강했다"는 뜻입니다.
이걸 그대로 읽으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일방적으로 내리고 있다는 건 매수 근거가 아니라, 하락 추세가 강하다는 관찰입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입니다. RSI 70 위는 "비싸다"가 아니라 상승 추세가 강하다는 뜻이고, 강한 상승장에서 RSI는 70 위에 몇 주씩 머물기도 합니다.
30/70은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
와일더가 원서에서 제시한 기준선이 70과 30입니다. 다만 그가 이 선을 매수·매도 버튼으로 쓴 게 아니라는 점이 자주 빠집니다. 원래 용법에 가까운 건 이쪽입니다.
- 30/70은 "여기서부터는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경고선이지, 진입 신호가 아니다
- 와일더가 더 무게를 둔 건 기준선 통과 자체가 아니라 다이버전스(가격은 신저점인데 RSI는 더 낮아지지 않는 어긋남)였다
즉 30 터치는 "이제 사라"가 아니라 "이 구간은 한쪽으로 쏠렸으니 다른 근거를 같이 보라"에 가깝습니다.
왜 30 아래에서 더 떨어지는가
"30 아래 = 매수"가 무너지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① RSI는 바닥을 재는 게 아닙니다. 하락이 강할수록 RSI는 낮아집니다. 그러니 RSI가 낮다는 건 하락이 약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진짜 하락 추세에서 RSI는 30 아래에 붙어서 몇 주를 갑니다. 그동안 가격은 계속 내려갑니다.
② 지표는 하한이 있지만, 가격은 없습니다. RSI는 0 밑으로 못 내려갑니다. 그래서 하락이 아무리 길어져도 RSI는 20~30 언저리에서 더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가격은 그 사이에도 얼마든지 더 빠질 수 있습니다. 지표가 바닥에 닿았다는 건 지표의 사정이지, 가격의 사정이 아닙니다.
③ 기준선은 추세에 따라 움직입니다. 콘스탄스 브라운은 『Technical Analysis for the Trading Professional』에서, 상승 추세에서 RSI는 대략 40~90 구간에서 놀고 하락 추세에서는 10~60 구간에서 논다고 정리했습니다. 하락 추세에 들어간 종목에 상승장 기준선(30)을 그대로 대면, 매번 이르게 사게 됩니다.
그럼 RSI는 어디에 쓰나
버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단독 신호가 아니라 보조 정보로 쓰면 여전히 쓸모가 있습니다.
- 추세 필터와 같이 씁니다. 장기 이동평균 위(상승 추세)에서만 RSI 저점을 보고, 아래(하락 추세)에서는 RSI가 낮아도 손대지 않는 식입니다. 같은 30이라도 추세 위에서의 30과 아래에서의 30은 다른 사건입니다.
- 다이버전스를 봅니다. 가격은 신저점인데 RSI는 전 저점보다 높다면, 내리는 힘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것도 신호 하나로 확정하진 않습니다.
- 기간을 이해하고 씁니다. 14 대신 7을 쓰면 훨씬 민감해져서 30 터치가 자주 나오고, 21을 쓰면 둔해지는 대신 신호가 줄어듭니다. 기간을 짧게 바꿔 신호를 늘리는 건 성적을 좋게 만든 게 아니라 잦은 매매를 만든 것이며, 비용이 그만큼 늘어납니다.
정리하면
- RSI = 최근 일정 기간(기본 14) 동안 오른 힘과 내린 힘의 비율. 가격의 싸고 비쌈과는 무관합니다
- RSI 30 아래 = 싸다가 아니라 내리는 힘이 강했다. 그 자체로는 매수 근거가 아닙니다
- 지표는 0에서 멈추지만 가격은 안 멈춥니다. 하락 추세에서 RSI는 30 아래에 오래 머뭅니다
- 기준선 30/70은 고정값이 아니라 추세에 따라 이동합니다
- 쓸 거라면 추세 필터와 함께, 다이버전스와 함께 씁니다
지표는 답이 아니라 요약입니다. 요약을 답으로 읽는 순간부터 손실이 시작됩니다.
참고
- J. Welles Wilder Jr., 『New Concepts in Technical Trading Systems』(1978) — RSI 원 정의와 14기간·30/70 기준선
- Constance Brown, 『Technical Analysis for the Trading Professional』 — 추세에 따른 RSI 작동 범위 이동
면책 안내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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