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에서 완벽했던 패턴, 837번 검증해보니

차트를 보다 보면, 눈에 딱 들어오는 패턴이 있습니다.

가격이 한동안 좁게 눌려 있다가, 어느 순간 위로 튀어 오르고, 그 위에서 버티다가, 이동평균선이 딱 붙는 자리. 지나간 차트에서 그 지점만 짚어 보면 하나같이 크게 올랐습니다. "이거다" 싶죠. 그래서 이걸 규칙으로 옮겨, 과거 데이터에 그대로 검증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 눈으로 완벽했던 그 패턴은, 전부 세어보니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느낌을 규칙으로 옮기기

먼저 "완벽해 보이던 느낌"을 기계가 셀 수 있는 정확한 조건으로 쪼갰습니다.

볼린저밴드(80봉·2σ)가 수축 → 상단을 돌파 → 상단 위에서 버팀 → 5일·10일선이 수렴.

이런 식으로 7개 조건을 걸었습니다. 여기까진 성공이었어요. 눈으로 예뻐 보이던 자리를, 컴퓨터가 똑같이 찾아내도록 옮기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차트에서 완벽했던 패턴, 837번 검증해보니

그래서, 전부 세어봤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몇 개만 예쁘게 골라 보는 게 아니라, 조건에 걸리는 걸 하나도 빠짐없이 사고팔았다고 가정하고, 수수료·거래세·슬리피지까지 반영해 오랜 기간 돌렸습니다.

차트에서 완벽했던 패턴, 837번 검증해보니

| 검증 조건 | 매매 | 승률 | 손익비 | 연수익 |
|---|---|---|---|---|
| 일봉 (주요 지수, 6년) | 837건 | 29.5% | 1.03 | +0.4% |
| 일봉 + 트레일링 손절 | 564건 | 30.5% | 1.22 | +2.5% (MDD -31%) |
| 5분봉 (주요 지수) | 1,647건 | 20.8% | 0.27 | -30% |
| 5분봉 (전 종목 ~2,600개) | 3,225건 | 24.1% | 0.54 | -52% |

여기서 손익비(Profit Factor) 는 번 돈을 잃은 돈으로 나눈 값입니다. 1.0이면 본전, 1.0 미만이면 손해예요. 837건을 다 세어본 일봉 결과는 손익비 1.03, 연수익 +0.4%. 사실상 본전, 수수료 값입니다. 시간 단위를 5분봉으로 좁히자 손익비는 0.27까지 무너지고 연수익은 -30%가 됐습니다.

눈으로 완벽했던 패턴이, 전부 세어보니 엣지(우위)가 없었던 겁니다.


개선을 세 번 시도했지만

여기서 포기하기 아까워서, 흔히 하는 개선을 세 가지 붙여봤습니다.

차트에서 완벽했던 패턴, 837번 검증해보니
  • ① 거래량으로 확증 — 돌파할 때 거래량이 터진 것만: 손익비 1.20
  • ② 버티기 기간 연장 — 상단 위에서 더 오래 버틴 것만: 손익비 1.06
  • ③ 재돌파만 — 한 번 눌렸다가 다시 뚫은 것만: 손익비 1.09

셋 다 기존(1.03)을 의미 있게 넘지 못했습니다. 왜 안 될까요.

차트에서 완벽했던 패턴, 837번 검증해보니
  • 거래량 필터가 무력한 이유: 이 패턴에 걸리는 종목은 이미 급등 중이라 거래량은 원래 터져 있습니다. 걸러낼 게 없어요.
  • 버티기 연장이 무력한 이유: 오래 버틴 종목은 이미 많이 오른 뒤라, 내가 들어갈 시점엔 남은 수익이 얼마 없습니다.

즉, 개선처럼 보이던 조건들이 사실은 "이미 오른 종목"을 더 확실히 고르는 필터였던 겁니다. 늦게 타는 걸 정교하게 만든 셈이죠.


여기서 배우는 것 — 생존 편향

이 패턴이 완벽해 보였던 진짜 이유는, 우리가 성공한 사례만 봤기 때문입니다.

차트에서 완벽했던 패턴, 837번 검증해보니

2차 세계대전 때, 돌아온 전투기의 총알 자국을 분석해 그 부위를 보강하려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 통계학자가 말렸죠. "총알 안 맞은 부위를 보강해야 한다. 거기 맞은 비행기는 아예 못 돌아왔으니까." 우리가 보는 건 살아 돌아온 비행기뿐입니다.

차트도 똑같습니다. 지나간 차트에서 그 패턴을 짚으면, 눈은 자동으로 크게 오른 것에 먼저 갑니다. 똑같은 모양이었지만 안 오르고 빠진 수백 개는, 이미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 뒤예요. "그럴듯한가"가 아니라 "전부 세면 어떤가" 를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건 실패한 실험일까

차트에서 완벽했던 패턴, 837번 검증해보니

아닙니다. 오히려 백테스트가 제 역할을 한 겁니다.

좋은 백테스트의 목적은 돈 되는 전략을 찾는 것보다, 돈 안 되는 전략을 실제 돈을 넣기 전에 걸러내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눈으로만 봤다면 이 패턴에 확신을 갖고 계좌를 넣었을지 모릅니다. 837번을 세어봤기 때문에, 넣기 전에 멈출 수 있었어요.

  • 예뻐 보이는 패턴일수록 전부 세어본 결과를 의심해본다
  • 승률보다 손익비를 본다 (1.0 미만이면 이기는 횟수가 많아도 손해)
  • 개선안이 사실은 "이미 오른 것 고르기" 아닌지 확인한다
  • 내가 보는 게 살아 돌아온 비행기만은 아닌지 되묻는다

차트에서 완벽했던 패턴, 837번 검증해보니

면책 안내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